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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계절 · 9장

5부 · 성인기 · 14권 · 가정을 이루다

9장

타인의 계절 · 서용준

결혼 후 몇 달이 지난 어느 밤, 소이는 오랜만에 손님의 기척을 느꼈다.

"엄마, 손님이 왔어." 소이가 다음 날 아침 전화로 말했다.

"오랜만이네. 어떤 느낌이야?" 혜원이 물었다.

"아직 흐릿해. 근데 뭔가... 아기 같은 느낌이 들어."

혜원은 그 한마디에 순간 심장이 뛰었다. "아기?"

"응, 확실친 않은데, 왠지 그런 기운이었어."

얼마 뒤, 소이는 몸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재현과 함께 병원을 찾은 날, 두 사람은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임신이세요." 의사가 웃으며 말했다.

소이와 재현은 서로를 마주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우리 아기가 생긴 거예요?" 재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 축하드려요."

병원을 나서는 길, 소이는 그제야 어젯밤 느꼈던 그 손님 같은 기척의 정체를 깨달았다. 손님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였다. 소이는 그 사실에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엄마, 나 임신이래." 소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혜원에게 전화했다.

수화기 너머로 혜원의 울음 섞인 환호성이 들려왔다.

"드디어! 드디어 손자를 보는구나!" 혜원이 감격에 겨워 외쳤다.

"엄마, 아직 손자인지 손녀인지도 몰라." 소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해. 건강하게만 나오면 되지." 혜원이 말했다.

그날 저녁, 준영도 딸의 임신 소식을 듣고 눈물을 글썽였다. "우리 소이가 벌써 엄마가 되는구나."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아빠." 소이가 배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준영은 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실감 안 나도 괜찮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재현의 부모님께도 그 소식을 전했다. 재현의 어머니는 전화기 너머로 눈물을 흘리며 축하를 전했다. "정말 축하한다, 우리 며느리. 몸 조심하고."

그 밤, 소이와 재현은 나란히 누워 아직 납작한 배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상상을 나눴다.

"딸일까, 아들일까." 재현이 물었다.

"글쎄, 어느 쪽이든 좋아. 근데 딸이면 왠지 나 닮은 부분이 많을 것 같고, 아들이면 완전 새로운 느낌일 것 같아." 소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름은 생각해둔 거 있어?" 재현이 물었다.

"아직. 근데 태명은 지어야 할 것 같아."

두 사람은 밤이 깊어지자, 한참을 웃으며 태명 후보들을 늘어놓았다. 결국 "튼튼이"로 정하고, 서로의 배를 향해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며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