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뒤, 다른 세계의 소이가 들뜬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나 그림 그리기 시작했어! 마을 문화센터에 작은 미술 수업이 있더라고." 그녀가 신나서 말했다.
"진짜? 잘됐다!" 소이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말했다.
"너 덕분이야. 네가 해보라고 안 했으면 시작도 안 했을 거야."
소이는 그 소리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다른 세계의 자신에게, 이렇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그림은 어때? 재밌어?"
"진짜 재밌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 카페 일 끝나고 피곤한데도, 그림 그릴 때는 오히려 힘이 나."
두 사람은 그 무렵의 어느 밤, 오랫동안 그림과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다른 재능이었지만, 뭔가를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신기하게도 똑같았다.
"우리, 참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소이가 문득 말했다.
"듣고 보니 그렇다. 근데 이렇게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게, 오히려 재밌는 것 같아."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소이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같은 사람이지만, 각자의 세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채워가는 두 존재. 그 사실이 이제는 신기함을 넘어,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응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다음 날, 소이는 이 이야기를 혜원에게 전했다. "엄마, 그 다른 세계의 나, 그림을 시작했대. 완전 신나 보였어."
"잘됐다." 혜원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 덕분에 용기를 얻었나 보네."
"응. 근데 이상하게, 나도 그 사람 덕분에 힘을 얻는 것 같아.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서로 응원하는 사이라는 게 참 특별한 것 같아."
혜원은 그 얘기를 듣자 딸을 대견하게 바라봤다. "손님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남도 아닌 존재라니. 정말 특별한 인연이네."
"맞아.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어." 소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특별한 친구라고 하면 되지." 혜원이 대답했다.
소이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친구. 그 표현이 지금 이 신비로운 관계를 가장 잘 담아내는 말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