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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계절 · 9장

4부 · 청년기 · 11권 · 잊혀진 손님

9장

타인의 계절 · 서용준

편지 봉투를 여는 순간, 소이는 잠에서 깨어났다.

"안 돼, 조금만 더!" 소이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꿈은 이미 흐려진 뒤였다.

아침을 먹으며, 소이는 간밤의 일을 혜원에게 전했다. "편지를 읽으려던 참이었는데, 깨버렸어."

"괜찮아. 다음에 다시 이어질 거야." 혜원이 딸을 다독였다.

그날, 가족은 마을 어르신을 다시 찾아가 조금 더 이야기를 청했다. 이번엔 정옥이 늙어서 다시 마을을 찾았다던 그 시절에 대해 더 자세히 물었다.

"그때가 아마... 이십 년쯤 전이었을 거야." 노인이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정옥이가 여기 와서, 등대 근처에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갔다고 들었어. 그러고는 다시는 안 왔지."

"혹시 정옥 할머니 후손분들 연락처 같은 거 아세요?" 혜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노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마을 이장에게 연락해보라고 알려줬다. 예전 호적 기록이나 마을 명부에 뭔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날 오후, 혜원과 소이는 마을 이장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다. 이장은 오래된 마을 기록을 뒤적이더니,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정옥 할머니, 여기서 시집가신 집안 기록이 남아 있네요. 후손 되시는 분이 아직 이 근처에 사시는 것 같은데."

혜원과 소이는 순간 서로를 마주 보며 안도했다. 실마리가 조금씩, 확실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날 저녁, 민박집에서 준영이 딸에게 물었다. "소이야, 힘들지 않아? 벌써 며칠째 계속 이렇게 사람들 만나고 다니느라."

"힘들긴 한데, 이상하게 뿌듯해." 소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예전엔 손님 일이 그냥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었는데, 이번엔 이렇게 온 마을 사람들이랑 은숙 씨까지 같이 힘을 모아주니까, 뭔가 다른 느낌이야."

준영은 그 소리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손님도, 사람도, 혼자 짊어지는 것보다 함께 나누는 게 훨씬 낫다는 걸 요즘 다시 배운다."

혜원도 옆에서 거들었다. "정옥 할머니도 아마 그 시절엔 혼자서만 그 마음을 짊어지고 사셨을 거야. 그래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도 몰라. 이제라도 이렇게 여러 사람이 함께 풀어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야."

소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창밖으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내일이면 은숙을 만나 정옥 할머니의 유품을 확인하게 될 예정이었다. 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소이의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