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소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시무룩한 얼굴로 전했다.
"오늘 급식 시간에, 서연이가 다른 애들이랑만 앉았어. 나는 그냥 혼자 앉았어."
혜원은 딸의 그 한마디에 마음이 아려왔다. "속상했겠다."
"응. 근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혜원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연이한테 물어봤어?"
소이는 고개를 저었다. "무서워서 못 물어봤어."
밤이 깊어지자, 소이는 다시 그 또래 손님을 만났다. 다음 날 아침, 소이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 애 이름이 뭔지는 아직 모르겠는데, 계속 혼자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 다른 애들은 다 같이 노는데, 그 애만 혼자."
"기분이 어때 보였어?"
"슬프다기보다는… 그냥 익숙해 보였어. 혼자인 게."
혜원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저릿했다. 슬픔보다 무서운 건, 어쩌면 그 슬픔에 익숙해지는 것일지도 몰랐다.
"소이야, 너도 혹시 그런 기분이야? 혼자인 게 익숙해지는 것 같은?"
소이는 그 질문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근데 다은이가 있으니까 괜찮아. 근데 학교에서는… 조금 외로워."
혜원은 그 고백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지금까지 손님들의 슬픔을 헤아리는 데는 익숙해진 딸이, 정작 자기 자신의 외로움은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말해줘서 고마워." 혜원이 딸을 꼭 안았다. "그런 마음, 언제든 엄마한테 말해도 돼."
소이는 그 품 안에서 작게 울먹였다. 혜원은 그날, 이번 손님과 소이 자신의 이야기가 어쩌면 서로 깊이 얽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