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은 그날 저녁, 수진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덕수 할아버지가 떠나셨어요. 이제 순덕 할머니를 찾아가실 수 있게 됐대요."
전화기 너머로, 수진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정말 감사해요. 저희 할머니도, 그 할아버지도, 이제 서로 만나셨겠네요."
"확실친 않지만, 아마 그럴 거예요." 혜원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얼마 뒤, 수진은 혜원과 소이를 다시 초대했다. 이번엔 조촐한 식사 자리였다. 수진은 소이에게 작은 선물을 건넸다.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복사한 액자였다. 순덕이 젊었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이거, 소이가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수진이 말했다. "우리 할머니가 그렇게 찾던 오빠분을, 결국 소이가 만나게 해준 거니까요."
소이는 그 사진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소중히 간직할게요."
식사 자리에서, 수진은 처음으로 편안하게 웃었다. "이상하게,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오래됐는데도 이제야 완전히 보내드린 기분이에요. 소이 덕분에요."
혜원은 그 말을 들으며, 손님이라는 존재가 남긴 것들을 다시 생각했다. 단순히 소이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렇게 여러 사람의 오랜 상처를 함께 아물게 하는 힘이 있다는 걸.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소이는 차 안에서 그 사진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엄마, 나 이제 알겠어." 소이가 문득 말했다.
"뭘?"
"말이 안 통해도, 진심은 통한다는 거."
혜원은 그 한마디에 미소 지었다. 딸이 이번 여정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앞으로의 삶에 큰 힘이 되어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