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쯤 뒤, 은주는 혜원에게 특별한 부탁을 했다.
"저희, 이번 주말에 다 같이 짧은 드라이브를 가보려고요. 남편이 처음으로 먼저 제안했어요." 은주의 목소리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담겨 있었다. "혹시… 소이도 같이 가줄 수 있을까요?"
혜원은 그 부탁에 잠깐 망설였다. 그런데 소이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유준이도 같이 가고 싶어 할 거야." 소이가 말했다.
주말, 두 가족은 근처 바닷가로 짧은 드라이브를 떠났다. 상훈이 운전대를 잡았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보였지만, 그는 끝까지 운전을 놓지 않았다.
차 안에서, 소이는 창문을 살짝 열었다. 바람이 들어왔다.
"유준이가 좋아하는 거예요." 소이가 조용히 말했다. "창문 열고 바람 맞는 거."
상훈은 백미러로 그 모습을 잠깐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바닷가에 도착해서, 가족들은 함께 모래사장을 걸었다. 소이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바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뭐 하는 거야?" 은주가 물었다.
"유준이한테 인사하는 거예요." 소이가 대답했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 같아요."
그 한마디에 은주와 상훈의 얼굴이 동시에 흔들렸다.
"마지막이라니." 은주가 물었다.
소이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더니, 천천히 설명했다. "유준이가 그랬어요. 이제 엄마 아빠가 괜찮아진 것 같다고. 그래서 이제 안 와도 될 것 같대요."
상훈은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무릎을 꿇고 소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유준이한테, 아빠가 미안하다고 전해줄 수 있어?" 상훈의 목소리가 떨렸다.
소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뜨고 말했다.
"미안해하지 말래요. 그냥, 사랑한다고만 전해달래요."
상훈은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 울었다. 은주도 남편 곁에 앉아 함께 울었다. 소이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두 사람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바닷바람이 세 사람, 그리고 보이지 않는 한 아이를 스치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