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든의 돌잔치 날, 온 가족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돌잡이 상 앞에서, 이든은 여러 물건들 중 한참을 고민하다가 작은 붓 하나를 집어 들었다.
"화가가 되려나?" 재현의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작가일 수도 있죠." 혜원이 딸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잠자리에 든 그날 밤, 혜원은 오랜만에 수첩을 펼쳐 그해의 마지막 기록 대신, 새로운 장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소이가 서른셋, 재현이라는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뤘다. 그리고 이든이라는 새로운 생명이 그 가정에 찾아왔다. 이든에게서 조금씩 낯선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소이의 말을 들으며, 나는 다시 한번 이 특별한 이야기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준비를 하고 있음을 느낀다. 처음으로 아들에게 이어질지도 모르는 이 체질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기대와 걱정이 함께한다. 하지만 소이가 그래왔듯, 이든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특별함을 잘 품어가리라 믿는다."
혜원은 펜을 내려놓고, 거실에서 이든을 안고 어르는 소이와 재현의 모습을 바라봤다. 창가의 화분들이 저녁 햇살을 받으며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새로운 가정, 새로운 생명, 그리고 다시 시작될지도 모르는 새로운 손님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조용히 준비되고 있었다.
그날 밤늦게늦게, 소이는 이든을 재우고 나서 재현과 함께 거실에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정말 행복한 하루였어." 소이가 말했다.
"듣고 보니 그렇다. 우리 이든이, 정말 잘 커주고 있어." 재현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소이는 재현의 어깨에 기대며 생각에 잠겼다. 손님들과 함께해온 지난 모든 시간들, 그리고 이제 새롭게 시작될 이든과의 여정까지. 삶이라는 것이 이렇게 끊임없이 다음 계절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졌다.
"무슨 생각해?" 재현이 물었다.
"그냥, 앞으로 우리 가족이 만들어갈 이야기들이 궁금해서." 소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궁금해. 근데 어떤 이야기든, 우리 셋이 함께라면 다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창밖의 별빛을 오래도록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