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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계절 · 17장

4부 · 청년기 · 12권 · 다른 세계의 계절

17장

타인의 계절 · 서용준

2월의 어느 밤, 소이는 평소와 다른 느낌으로 그녀를 만났다.

"오늘은 좀 이상해." 그녀가 말했다. "왠지 모르게, 우리가 곧 못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소이도 비슷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도 그래. 근데 왜 그런 걸까."

"모르겠어. 근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 슬프긴 한데, 뭔가 다 이루고 헤어지는 느낌이랄까."

소이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동안 진짜 고마웠어. 너 덕분에 내가 가진 것들을 다시 보게 됐고, 너는 그림이라는 새로운 길을 찾았고."

"맞아." 그녀가 동의했다. "이 만남, 절대 안 잊을 거야."

"나도." 소이가 대답했다.

두 사람은 그날 밤, 그동안 나눴던 모든 이야기를 하나씩 되짚어봤다. 처음 만났던 어색한 순간부터, 서로의 삶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응원까지.

"혹시 마지막이라면,"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가지만 부탁해도 될까?"

"뭔데?" 소이가 물었다.

"가끔, 아주 가끔이라도, 나를 기억해줘. 다른 세계 어딘가에서, 그림 그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또 다른 너를."

소이는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당연히 기억할 거야. 근데 나도 부탁이 있어."

"뭔데?"

"너도 가끔, 나를 생각해줘. 그리고 계속 그림 그려. 힘든 일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약속할게." 그녀가 대답했다.

두 사람은 그 밤, 지금까지 나눴던 모든 대화의 순간들을 하나씩 다시 떠올리며 웃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 서로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서로를 향해 자라난 진심 어린 우정까지.

"이상하게 슬프지가 않아." 소이가 말했다.

"나도 그래." 그녀가 동의했다. "왠지 다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