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된 만남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소이의 일상은 평소처럼 흘러갔다.
학교에서는 도현과 조금씩 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됐다. 함께 매점에 가거나, 수업 준비물을 빌려주고 빌리는 사소한 순간들이 쌓여갔다.
"소이야, 이번 시험 같이 공부할래?" 도현이 먼저 제안했다.
"어? 그, 그래!" 소이가 당황하면서도 반갑게 대답했다.
방과 후, 두 사람은 도서관에서 나란히 앉아 공부했다. 소이는 그 시간이 이상하게 편안하면서도 설렜다. 이번엔 은희의 감정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자신의 감정이라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문제 어떻게 풀어?" 도현이 물었다.
"아, 이거? 이렇게 하면 돼." 소이가 설명하며 슬쩍 도현을 바라봤다. 집중한 옆모습이 괜히 멋있어 보였다.
집으로 돌아와, 소이는 그날의 설렘을 혜원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오늘 도현이랑 같이 공부했어. 되게 재밌었어."
"좋았겠다." 혜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근데 이제 확실히 알겠어. 이 마음은 진짜 내 거야. 은희 언니 감정이랑 상관없이."
혜원은 순간 뿌듯함을 느꼈다. "잘 구분하게 됐구나."
"응. 그리고 은희 언니 이야기 들으면서, 오히려 내 마음을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좋아하는 감정이 이렇게 소중하고 용기가 필요한 거라는 걸."
그날 밤, 소이는 은희에게 자신의 이 작은 행복을 나눠줬다. 다음 날 아침, 소이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은희 언니가 되게 기뻐했어. 자기 못다 한 사랑을, 내가 이렇게 잘 키워가고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