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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계절 · 3장

3부 · 청소년기 · 8권 · 낯선 이의 첫사랑

3장

타인의 계절 · 서용준

그 무렵, 혜원은 외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이런 상황에 뭐라고 조언해주셨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혜원은 외할머니의 여동생, 그러니까 자신의 이모할머니에게 연락을 해봤다. 이모할머니는 아흔이 다 된 나이였지만, 여전히 정정하셨다.

"이모, 오랜만이에요." 혜원이 안부를 여쭈며 말했다.

"아이고, 혜원이구나. 잘 지내니?"

혜원은 조심스럽게 사정을 설명했다. 물론 손님이라는 부분은 최대한 완곡하게 돌려서, 그냥 "딸이 사춘기를 겪으며 첫사랑 비슷한 감정으로 힘들어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모할머니는 그 이야기를 듣고 웃으셨다. "그거야 다 겪는 거지. 나도 네 할머니도, 다 그런 시절이 있었어."

"이모도 첫사랑 있으셨어요?"

"그럼, 있었지. 근데 그 얘기 하자면 길어. 언제 한번 놀러 오렴, 옛날 얘기 해줄게."

혜원은 그 제안에 반가워하며, 다음 주말 소이와 함께 이모할머니 댁을 방문하기로 했다.

방문한 날, 이모할머니는 소이를 반갑게 맞으며 옛날 사진첩을 꺼내셨다. "이게 내 첫사랑이었던 사람이야. 옆집 총각이었지."

소이는 그 사진을 흥미롭게 들여다봤다. "어떻게 되셨어요?"

"결국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지, 나는. 근데 가끔 생각나. 지금도."

"후회되세요?"

이모할머니는 그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그때 그 마음이 예뻤다는 것만으로 충분해. 후회는 다른 거야. 표현 못 해본 거, 그게 후회로 남는 거지."

소이는 순간 은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모할머니는 소이의 손을 꼭 잡았다. "너는 표현하고 살아. 그래야 후회가 안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