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혜원은 수첩에 이번 여정을 정리하며 마지막 문장을 남겼다.
"소이, 열세 살. 사춘기와 손님의 감정이 뒤섞이며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 소이는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웠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법. 이것은 앞으로 소이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힘이 될 것이다."
혜원은 펜을 내려놓고, 창가의 일곱 개 화분을 바라봤다. 겨울 햇살이 그 위로 은은하게 비치고 있었다.
거실에서는 소이가 준영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며 웃고 있었다. 다투었던 기억은 이제 희미해지고, 그 자리에는 더 깊어진 신뢰와 애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이는 문득 창가로 다가가, 화분들을 하나씩 바라봤다. 각기 다른 계절, 각기 다른 사연, 그러나 모두 같은 온기를 품고 있는 화분들.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가 찾아올까." 소이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제 소이는 알고 있었다. 그 이야기가 슬프든, 기쁘든, 혼란스럽든, 결국은 자신을 더 단단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라는 걸.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그리고 노트에 담긴 자신만의 기록과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는 걸.
창밖으로 첫눈이 소복이 내리기 시작했다. 일곱 개의 화분과, 그 앞에서 웃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그 하얀 풍경 속에 따뜻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소이는 창가로 다가가, 눈 내리는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화분 위로 하얀 눈이 살포시 내려앉기 시작했다.
"예쁘다." 소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혜원이 다가와 그 곁에 섰다. "첫눈이네."
"응. 재민이도 이 눈 봤으면 좋아했을 것 같아."
혜원은 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디에 있든, 아마 함께 보고 있을지도 몰라."
소이는 그 얘기를 듣자 미소 지으며 창밖을 계속 바라봤다. 눈은 점점 굵어지며,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준영도 그 곁으로 다가와, 세 가족은 나란히 서서 첫눈을 함께 맞이했다.
"내년엔 또 어떤 계절이 우리를 기다릴까." 준영이 문득 말했다.
"몰라요. 근데 뭐가 오든, 우리 셋이 같이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소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혜원과 준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창밖의 눈은 밤이 깊도록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다.
소이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