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소이는 조금 다른 감정을 담은 이야기를 전했다.
"오늘은 사진 보면서 얘기하던 사람들 있잖아, 그게 누구였는지 알 것 같아."
"누구였어?" 혜원이 물었다.
"외할머니였어. 사진 속에서 웃고 계셨어. 근데 그 자리에는 안 계셨어."
혜원은 그 얘기를 듣자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예전 같으면 소이가 크게 불안해했을 텐데, 이번엔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괜찮아?" 혜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이는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응. 처음엔 슬펐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괜찮아. 그때쯤이면 할머니도 되게 많이 늙으셨을 거잖아. 그리고 사람들이 사진 보면서 웃고 있었잖아. 슬프기만 한 게 아니라."
혜원은 딸의 그 성숙한 대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언제 이렇게 컸어."
"아빠가 그랬잖아. 모르니까 지금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거라고. 근데 이건 알아도, 지금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 같아."
혜원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깊이 공감했다. 소이는 이제 미래를 아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오히려 현재를 더 아끼는 힘으로 바꾸고 있었다.
그날 저녁, 혜원은 외할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전했다. 외할머니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한참 웃었다.
"그것 참, 손녀가 벌써 내 미래까지 다 알아버렸네."
"속상하지 않으세요?"
"아니, 오히려 좋아. 나중에 내가 없어도, 다들 웃으면서 나를 기억해준다는 거잖아. 그거면 충분하지."
혜원은 그 말에 마음이 놓였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도, 이렇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외할머니를 통해 다시 배웠다.